마음에 들지 않으면 짖기 시작한 이유
현관문을 열고 한쪽 신발을 벗고 있는데 거실 쪽에서 빠른 발소리가 들렸습니다. 또각또각 바닥을 치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습니다. 고개를 들었더니 뚜봉이가 제 쪽으로 뛰어오고 있었습니다. 얼굴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꼬리였습니다. 작은 몸 뒤에서 쉴 새 없이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그전까지 뚜봉이는 제가 집에 들어와도 바로 가까이 오지 않았습니다. 멀찍이 서서 사람 얼굴부터 살폈고, 한참 지나야 슬며시 다가오곤 했습니다. 그래서 그날 현관 앞 풍경은 더 낯설고 재미있었습니다.
뚜봉이가 처음 우리 집에 오기 시작했을 때는 서로 어색했습니다. 아들이 주말마다 데려왔지만 나는 강아지와 함께 지내는 생활 자체가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뚜봉이가 가까이 오면 손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괜히 몸부터 굳었습니다.
딸도 비슷했습니다. 자기 방 쪽으로 오지 못하게 박스를 세워 두었고, 뚜봉이는 그 앞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곤 했습니다. 먹을 것을 앞에 두어도 바로 다가가지 않았습니다. 우리 얼굴을 한번 쳐다보고, 냄새를 맡고, 괜찮다고 느껴지는 듯할 때야 조심스럽게 먹었습니다.
그때의 뚜봉이는 집 안에서도 늘 사람들의 움직임을 살피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누가 일어나면 고개를 들고, 발소리가 나면 귀부터 움직였습니다.
주말이 여러 번 지나면서 우리 쪽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거실에 뚜봉이가 보이지 않으면 어디에 갔는지 한번 찾아봤습니다. 밥그릇이 비어 있으면 먹었나 싶었고, 소파 옆에서 자고 있으면 지나가면서 머리를 한번 만져보기도 했습니다.
누가 시킨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같이 있는 시간이 늘어나니 몸이 먼저 그렇게 움직였습니다. 가족들도 뚜봉이 이름을 자주 불렀고, 작은 행동 하나에도 한마디씩 보탰습니다.
“또 저기 앉아 있네.”
“뚜봉아, 이리 와봐.”
이런 말들이 거실에서 자연스럽게 오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모습은 제가 앞서 남겼던 "뚜봉이가 가족이 되었다고 느낀 첫 순간"에서도 이어졌던 변화였습니다.
그날 외출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도 별다른 기대는 없었습니다. 문을 열면 평소처럼 뚜봉이가 어딘가에서 바라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자마자 거실에서 뛰어나왔습니다. 내 앞까지 와서는 꼬리를 흔들며 주변을 맴돌았습니다. 내가 안쪽으로 한 걸음 들어가면 같이 움직였고, 멈추면 뚜봉이도 멈춰 얼굴을 올려다봤습니다.
그 모습이 우스워 나도 모르게 말을 걸었습니다.
“왜, 그렇게 좋으냐?”
거실에 있던 가족들이 그 말을 듣고 웃었습니다. 뚜봉이는 우리가 왜 웃는지는 모르는 듯했지만 꼬리는 여전히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날부터 반겨주는 모습이 기다려졌습니다
꼬리를 흔드는 행동 하나였지만 그날은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아마 뚜봉이도 우리 집과 가족에게 많이 익숙해졌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일 겁니다.
나 역시 어느새 뚜봉이를 보는 마음이 처음과 달라져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아들이 데려오는 강아지라고 생각했는데, 그 무렵부터는 내가 집에 들어왔을 때 나를 알아보고 반겨주는 식구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뒤로 현관문을 열 때면 나도 모르게 안쪽을 한번 바라보게 됐습니다. 뚜봉이가 달려오는 날도 있었고, 자다가 늦게 나오는 날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작은 발소리가 들리면 괜히 반가웠습니다.
요즘도 밖에서 돌아와 문을 열면 뚜봉이가 어디에 있는지 먼저 보게 됩니다. 멀리 있다가도 나를 발견하면 꼬리를 살랑거리며 다가옵니다. 처음으로 정신없이 꼬리를 흔들며 맞아주던 그날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지만, 현관 앞에서 서로 얼굴을 확인하는 짧은 순간은 이제 우리 집의 아주 익숙한 풍경이 됐습니다.
함께 보면 뚜봉이의 생활 흐름이 더 잘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