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냄새를 맡으면 가장 먼저 달려오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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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준비하고 있는데 어느새 발밑에 뚜봉이가 와 있었습니다. 부른 적도 없었습니다. 조금 전까지 어디에 있었는지도 저는 몰랐습니다. 그런데 고기 냄새가 나기 시작하자 누구보다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뚜봉이 눈이 유난히 또렷했습니다. 제 손이 움직이는 쪽을 보고 있다가 다시 제 얼굴을 올려다봤습니다. 무엇 때문에 왔는지는 굳이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았습니다. 냄새가 나면 어느새 가까이에 와 있습니다 평소에는 집 안에서 자기 나름대로 시간을 보내던 뚜봉이입니다. 그런데 고기 냄새가 나면 움직임이 달라집니다. 누가 이름을 부르기를 기다리지 않습니다. 가족이 있는 쪽으로 와서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눈을 떼지 않습니다. 제가 움직이면 그 눈도 따라서 움직입니다. 그럴 때면 저도 하던 손을 잠깐 멈추고 뚜봉이를 내려다봅니다. 먹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 정확히 물어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냄새를 따라 여기까지 왔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 얼굴을 보고 있으면 조금 웃음이 납니다. 다른 때보다 눈에 힘이 들어간 것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작은 몸으로 자기 관심을 온통 한곳에 모으고 있는 모습입니다. 예전에는 먹을 것 앞에서도 멀찍이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가까이 왔던 것은 아닙니다. 아들이 주말마다 뚜봉이를 데려오기 시작했을 때는 집 안의 모든 것이 낯설었을 겁니다. 우리 가족도 뚜봉이가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뚜봉이는 먹을 것이 보여도 선뜻 앞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저 역시 강아지가 집에 있는 것을 반기지 않았으니 그런 눈빛을 자세히 볼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주말이 몇 번 지나면서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뚜봉이는 우리 집에 익숙해졌고, 저도 자연스럽게 뚜봉이를 살펴보게 됐습니다. 말없이 바라보고 있어도 무엇인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조금씩 눈에 들어왔습니다. 전에 적었던 “밥보다 가족을 먼저 바라보던 뚜봉이”도 그...

비 오는 날 산책을 거부하는 뚜봉이의 변화

비가 오는 날이면 집 안 공기부터 조금 달라진다. 창문 밖은 흐리고, 거실 바닥에는 햇빛 대신 회색빛이 길게 내려앉는다. 그런 날 아침에는 커피를 내려도 이상하게 향이 더 조용하게 퍼지는 것 같다. 뚜봉이는 그 분위기를 먼저 아는지, 평소보다 조금 늦게 방석에서 몸을 일으킨다.

그날도 그랬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현관 쪽에 걸어둔 목줄을 집어 들었다. 평소 같으면 목줄 고리 소리만 나도 뚜봉이가 먼저 뛰어나왔을 텐데, 그날은 거실 쪽에서 고개만 살짝 들었다. 귀는 움직였지만 몸은 쉽게 일어나지 않았다.

현관 앞에서 멈춰 선 아침

“뚜봉아, 산책 가자.”

이 말을 하면 보통은 작은 발소리가 먼저 들렸다. 장판 위를 빠르게 지나오는 소리, 꼬리가 흔들리며 몸 전체가 들썩이는 모습, 현관 앞에서 이쪽을 바라보던 눈빛까지 익숙한 장면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뚜봉이는 천천히 현관 근처까지 오더니 문밖에서 들려오는 빗소리를 듣고는 그 자리에 멈췄다. 문을 조금 열자 차가운 바람과 함께 빗방울 냄새가 들어왔다. 뚜봉이는 고개를 내밀지도 않고, 앞발 하나만 살짝 뒤로 뺐다.

가족이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

“오늘은 나가기 싫은가 보네.”

말은 웃으면서 했지만 나는 그 장면이 조금 오래 기억에 남았다. 예전 같으면 비가 오든 말든 먼저 나가자고 하던 뚜봉이였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빗길도 먼저 걸었다

뚜봉이가 어릴 때는 비 오는 날도 크게 가리지 않았다. 우산을 들고 나가면 오히려 더 궁금한 게 많아 보였다. 아파트 입구에 고인 물 옆에서 냄새를 맡고, 젖은 나뭇잎 근처에서 한참을 서 있기도 했다.

나는 그때마다 “빨리 가자” 하고 말했지만, 뚜봉이는 자기만의 속도로 골목을 확인했다. 작은 몸으로 앞서 걷는 모습이 귀여워서 비가 와도 짧게 한 바퀴는 돌고 들어오곤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비 오는 날의 반응이 달라졌다. 창문에 빗방울이 맺히면 현관보다 창가 쪽으로 먼저 갔다. 밖을 한참 바라보다가 내가 목줄을 들면 슬쩍 시선을 피했다.

처음에는 그냥 기분 탓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같은 모습이 몇 번 반복되니 알 수 있었다. 뚜봉이는 이제 비 오는 산책을 예전만큼 반기지 않았다.

창가에 앉아 비를 바라보던 시간

그날 오전, 집 안은 유난히 조용했다. 텔레비전도 켜지 않았고, 밖에서는 빗소리만 계속 들렸다. 뚜봉이는 소파 옆을 지나 창가 가까운 자리로 가더니 거기에 앉았다.

창밖 풍경은 흐릿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우산을 쓰고 빠르게 걸었고, 골목 바닥에는 물이 조금씩 고였다. 택배 차량이 천천히 지나가자 뚜봉이는 귀만 살짝 움직였다. 예전 같으면 현관 쪽으로 달려가 확인했을 텐데, 그날은 그냥 앉아서 바라보기만 했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내 예전 생각도 났다. 마라톤을 하던 시절에는 비가 와도 훈련을 나갔다. 그때는 비를 맞고 뛰는 일도 대단한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비 오는 날에는 젖은 운동화보다 따뜻한 방 안이 먼저 떠오른다.

뚜봉이를 보며 괜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만 변하는 게 아니구나. 같이 사는 강아지도 자기만의 속도로 조금씩 달라지고 있구나.

저녁이 되자 다시 달라진 눈빛

비는 오후 늦게서야 조금씩 잦아들었다. 창문에 부딪히던 소리도 약해지고, 골목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소리도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목줄을 다시 들었다.

이번에는 뚜봉이가 먼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현관 쪽으로 걸어왔다. 아침처럼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꼬리도 작게 흔들었다.

짧은 산책이었다. 땅은 아직 젖어 있었고, 길가에는 작은 물웅덩이가 남아 있었다. 뚜봉이는 예전처럼 신나게 뛰지는 않았지만, 자기 속도로 천천히 걸었다. 젖은 나무 밑에서는 잠깐 멈춰 냄새를 맡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몇 번이나 뒤를 돌아봤다.

이 부분은 제가 앞서 남겼던 “뚜봉이가 매일 같은 시간 창가에 앉는 이유”에서도 비슷하게 느꼈던 부분입니다.

말 대신 행동으로 보여준 변화

예전에는 뚜봉이가 산책을 거부하면 괜히 이상하게 생각했다. 어디 불편한 건 아닌지, 그냥 게으름을 피우는 건 아닌지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그런데 오래 같이 살다 보니 이제는 조금 다르게 보인다. 뚜봉이는 말을 하지 못하지만, 행동으로 꽤 많은 것을 보여준다. 목줄을 보고도 천천히 움직이는 날이 있고, 창가에 오래 앉아 있는 날이 있고, 비 냄새가 들어오면 한 걸음 물러나는 날도 있다.

그걸 예전에는 잘 몰랐다. 내가 산책 가고 싶으면 뚜봉이도 당연히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뚜봉이에게도 좋아하는 날씨와 피하고 싶은 시간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날 밤, 뚜봉이는 밥을 먹고 물을 마신 뒤 방석 위에 몸을 둥글게 말았다. 밖에는 아직 젖은 냄새가 남아 있었고, 거실에는 작은 조명 하나만 켜져 있었다. 가족들은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했고, 뚜봉이는 가끔 귀만 움직이며 눈을 감았다.

창문에는 빗방울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그 앞을 지나며 나는 괜히 한 번 더 뚜봉이를 바라봤다. 비 오는 날 현관 앞에서 멈춰 섰던 작은 뒷모습이 떠올랐다. 세월은 그렇게 큰 소리 없이, 집 안의 아주 작은 행동부터 바꿔 놓는 것 같았다.

함께 보면 뚜봉이의 생활 흐름이 더 잘 보입니다.

  • 뚜봉이가 매일 같은 시간 창가에 앉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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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이가 들수록 잠자는 시간이 길어진 뚜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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