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들지 않으면 짖기 시작한 이유
어느 날 저녁 거실을 지나가다가 문득 이상한 점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딸 방 앞을 막고 있던 박스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처음 뚜봉이가 우리 집에 왔을 때 딸이 가까이 오지 못하게 세워 두었던 바로 그 박스였습니다. 누가 치웠는지 따로 물어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어느 순간 필요가 없어져 사라진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그게 별일 아닌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거실 한가운데 편하게 누워 있는 뚜봉이를 보니, 박스가 없어졌다는 사실이 괜히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낯선 강아지가 집 안을 돌아다니면 모두가 한 번씩 쳐다봤습니다.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하는지 괜히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날은 아무도 그러지 않았습니다.
뚜봉이가 주말마다 우리 집에 오기 시작했을 때는 녀석도 우리도 서로 조심했습니다. 뚜봉이는 거실에 있어도 현관 쪽을 자주 바라봤고, 누군가 손을 내밀면 바로 다가오기보다 냄새부터 맡았습니다.
먹을 것을 주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눈앞에 놓였다고 바로 먹지 않았습니다. 사람 얼굴을 한번 올려다보고 한동안 기다리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댔습니다. 아들이 자리를 옮기면 그 뒤를 따라가는 날이 많았습니다. 우리 가족 가운데 가장 익숙한 사람이 아들이었으니 당연한 모습이었을 겁니다.
나는 그런 뚜봉이를 가까이에서 쓰다듬기보다 조금 떨어져 바라보는 쪽이었습니다. 강아지와 같이 살아본 적도 없었고, 굳이 가까워져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날도 대단한 일은 없었습니다. 식사를 끝낸 가족들이 거실에 하나둘 모였습니다. 누군가는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고, 누군가는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뚜봉이는 소파 밑을 한번 지나가더니 사람들 사이에 남은 빈자리에 몸을 내려놓았습니다.
처음에는 엎드려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잠시 뒤 앞다리를 편하게 뻗고 턱까지 바닥에 붙였습니다. 사람들 움직임을 확인하느라 고개를 들지도 않았습니다. 눈을 감은 채 그대로 잠이 들었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려다가 뚜봉이를 밟을까 봐 발밑부터 확인했습니다. 딸은 지나가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머리를 한번 쓰다듬었습니다. 아내는 물그릇을 들여다보고 물이 부족한지 살폈습니다. 누구도 특별히 뚜봉이를 챙기자는 말을 하지 않았는데 몸이 먼저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이 녀석이 우리 집에서 손님은 아니구나.
이런 변화는 제가 앞서 남겼던 "형과 누나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구분하기 시작했다"에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던 부분입니다.
그 뒤부터 생활 속에서 뚜봉이를 확인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밖에서 들어오면 현관에 나오는지부터 보게 됐고, 거실이 조용하면 어디에서 자고 있는지 한번 둘러봤습니다.
식사를 할 때도 식탁 아래를 내려다보곤 했습니다. 뚜봉이는 예전처럼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가까운 곳에 누워 있었습니다. 가족 중 누군가 밖에서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면 먼저 현관으로 달려갔습니다. 꼬리를 흔드는 모습을 보고 누가 왔는지 짐작할 때도 있었습니다.
딸 방 앞에 박스가 사라진 것도 그 무렵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못 들어오게 막던 공간인데 이제는 문이 열려 있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뚜봉이도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서 자기 집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였습니다.
처음에는 뚜봉이 때문에 집 안 생활이 불편해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털도 걱정했고, 외출할 때 신경 써야 할 일도 많아질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같이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뚜봉이가 거실에 없으면 “어디 갔지?” 하고 먼저 찾았습니다. 한동안 조용하면 혹시 방에 들어가 자는지 살펴봤습니다. 현관문을 열었는데 달려나오지 않으면 이상하게 집 안이 더 조용해 보였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가족이 됐다는 느낌은 무슨 특별한 날을 정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누군가를 챙기는 일이 귀찮지 않고, 그 자리에 있는 것이 너무 당연해졌을 때 조금씩 생기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도 가끔 거실 한가운데 길게 누워 자는 뚜봉이를 보면 예전에 딸 방 앞에 놓였던 박스가 떠오릅니다. 그때는 서로 거리를 두기 위해 필요했던 물건이었는데 어느 순간 아무도 찾지 않게 됐습니다. 이제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건 박스가 아니라, 가족들 사이에서 아무 눈치도 보지 않고 편하게 잠든 뚜봉이입니다.
함께 보면 뚜봉이의 생활 흐름이 더 잘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