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봉이가 매일 같은 시간 창가에 앉는 이유

저녁 산책을 다녀온 어느 날이었다. 현관문이 닫히자마자 물 한 모금 마신 뚜봉이는 거실을 천천히 가로질러 창가 쪽으로 걸어갔다. 방금까지 밖에서 한참 냄새를 맡고 돌아왔는데도 또 창문 앞에 자리를 잡는 모습이 이상하게 익숙했다. 우리 가족은 이제 그 장면을 너무 자주 봐서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가끔 처음 보는 사람들은 신기하다는 표정을 짓곤 한다.

언제부턴가 생긴 창가 자리

처음에는 햇볕이 좋아서 그런 줄 알았다. 겨울이 끝나고 집 안으로 따뜻한 빛이 들어오기 시작하던 무렵, 뚜봉이는 자꾸만 창문 가까이 가서 앉아 있었다. 그런데 계절이 바뀌고 초여름이 되어도 그 습관은 그대로였다.

창밖에는 큰 풍경이 있는 것도 아니다. 조용한 골목길과 작은 나무 몇 그루, 오가는 사람들 정도가 전부다. 그래도 뚜봉이는 마치 매일 봐야 할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그 자리에 앉아 한참 동안 밖을 바라본다.

가족들은 종종 웃으며 이야기한다. "또 출근했네." 하고 말이다. 실제로 시간이 되면 자기 자리로 향하는 모습이 꼭 정해진 일과를 시작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바깥을 보는 건지 시간을 보내는 건지

한 번은 비가 하루 종일 내린 적이 있었다. 창문에는 빗물이 흘러내리고 밖은 흐릿하게만 보였다. 평소 같으면 풍경이라도 구경할 수 있었겠지만 그날은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도 뚜봉이는 평소와 다름없이 창가에 앉아 있었다. 고개를 살짝 들고 빗소리를 듣는 것 같기도 했고, 그냥 조용한 시간을 보내는 것 같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예전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늦게까지 일을 하던 시절, 학생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 뒤 텅 빈 복도 창문 앞에 잠시 서 있던 기억이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바깥 불빛과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하루를 정리하고 있었던 것 같다.

뚜봉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창가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그런 조용한 시간들이 함께 떠오른다.

산책보다 먼저 창가를 찾는 날

예전에는 산책 준비만 해도 집 안을 뛰어다니던 때가 있었다. 목줄 소리만 나도 현관 앞에서 빙글빙글 돌며 기다렸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달라졌다.

산책을 좋아하는 건 여전하지만, 돌아와서는 예전처럼 계속 움직이지 않는다. 물을 마시고 잠깐 쉬다가 창가에 가서 앉는다. 마치 산책의 마무리도 창가에서 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더운 날에는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눈을 감고 있고, 선선한 날에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듯하다. 어느 날은 택배 차량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고 한참을 바라보기도 했다.

이 부분은 제가 앞서 남겼던 “비 오는 날 산책을 거부하는 뚜봉이의 변화”에서도 비슷하게 느꼈던 부분입니다.

가족들이 보는 뚜봉이의 작은 일과

집에 손님이 오면 거의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얘는 뭘 그렇게 보고 있는 거예요?"

그러면 가족들마다 대답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고양이를 기다리는 것 같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햇빛 자리를 지키는 거라고 말한다. 또 누군가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 뚜봉이는 묻는 말에 대답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밥을 먹고 나서도, 간식을 먹고 난 뒤에도, 가족이 외출했다 돌아온 뒤에도 결국 다시 창가로 향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곳이 가장 마음이 편한 자리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밤이 되면 뚜봉이는 거실을 한 바퀴 천천히 돌다가 자기 잠자리로 향한다. 예전보다 잠자는 시간도 길어졌고 걸음도 조금 느려졌다. 그래도 창가에 앉아 있는 습관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오늘도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다가 익숙한 뒷모습을 발견했다. 창문 너머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고, 뚜봉이는 그 풍경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 시간에 그 자리에 앉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이유보다 그 모습 자체가 더 익숙하다. 언젠가 창가를 바라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를 풍경 하나가 생긴 것 같기도 하다.

잠시 뒤 뚜봉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자기 방석 위에 몸을 동그랗게 말았다. 거실 불빛은 조금 어두워졌고 집 안도 조용해졌다. 창밖 풍경을 오래 바라보던 하루가 그렇게 천천히 끝나고 있었다.

함께 보면 뚜봉이의 생활 흐름이 더 잘 보입니다.

  • 처음 만난 날과 지금의 뚜봉이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 나이가 들수록 잠자는 시간이 길어진 뚜봉이
  • 비 오는 날 산책을 거부하는 뚜봉이의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