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들지 않으면 짖기 시작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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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서 짧게 “멍, 멍”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처음에는 현관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뚜봉이는 문 쪽을 보고 있지 않았습니다. 우리 가족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잠시 뒤 또 짧게 짖었습니다. 가만히 보고 있으니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반응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있는지 우리에게 뭔가 말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 모습이 조금 우습기도 했습니다.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의 뚜봉이를 생각하면 더 그랬습니다. 예전에는 소리보다 눈으로 말했습니다 아들이 주말에 뚜봉이를 데려오기 시작했을 때는 집 안 분위기가 지금과 많이 달랐습니다. 가족들도 강아지가 집 안을 돌아다니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딸은 자기 방 쪽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박스를 놓아두기도 했습니다. 뚜봉이도 그런 분위기를 느끼는 것처럼 조심했습니다. 가족들 사이로 함부로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사람들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일이 많았습니다. 먹을 것이 있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밥그릇 근처를 한번 보고 사람 얼굴을 한번 봤습니다. 원하는 것이 있어도 짖어서 알리는 모습은 거의 기억나지 않습니다. 저도 그때는 뚜봉이와 거리를 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주말마다 같은 얼굴을 보고 지내다 보니 제가 먼저 이름을 부르는 날이 생겼습니다. 가까이 오면 손을 내밀어 머리를 만져주기도 했습니다. 조용하던 녀석에게 목소리가 생겼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뚜봉이가 거실에 머무는 모습부터 달라졌습니다. 가족이 가까이 있어도 편하게 앉아 있었고, 밥때가 되면 자기가 기다리던 자리 근처에 머물렀습니다. 그러던 어느 때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으면 짧게 짖기 시작했습니다. 계속 시끄럽게 짖는 모습이라기보다 우리 쪽을 바라보며 한두 번 소리를 내는 식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조금 당황했습니다. “왜 그래?” 말을 걸면 뚜봉이는 짖음을 멈추고 제 얼굴을 바라봤습니다. 그래도 원하는 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다시 자...

우리 집 분위기를 가장 먼저 익힌 강아지

저녁 식사가 끝나갈 무렵이면 뚜봉이는 이상하리만큼 움직임이 빨랐습니다. 식탁에서 그릇 부딪히는 소리가 줄어들고 텔레비전 소리가 커지기 시작하면, 어느새 거실 한쪽으로 와 자리를 잡았습니다. 누가 불러주지도 않았는데 편한 곳을 찾아 몸을 낮추고 엎드렸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가족보다 뚜봉이가 이 집의 하루를 더 빨리 익힌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사람들 얼굴부터 살피던 녀석이었는데, 몇 번의 주말이 지나자 집 안에서 언제 움직이고 언제 쉬어야 하는지 자기 나름대로 알아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사람들 움직임부터 살폈습니다

뚜봉이가 우리 집에 처음 왔을 때는 거실을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못했습니다. 아들이 데려오면 한동안 그 주변에 머물렀고, 다른 가족이 가까이 다가오면 살짝 몸을 뒤로 뺐습니다.

딸은 자기 방으로 오는 것이 불편하다며 앞을 박스로 막아두기도 했습니다. 뚜봉이는 박스 앞까지 갔다가 안쪽을 한번 바라보고는 조용히 돌아섰습니다. 누군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면 귀를 세웠고, 큰 소리가 나면 몸을 멈췄습니다.

먹을 것을 앞에 놓아도 바로 달려들지 않았습니다. 사람 얼굴을 한번 보고 냄새를 맡은 뒤 천천히 입을 댔습니다. 그때는 겁이 많은 것인지, 낯선 곳이라 조심하는 것인지 잘 몰랐습니다. 다만 이 작은 강아지가 사람들의 움직임을 꽤 세심하게 보고 있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가족마다 움직이는 시간이 달랐습니다

몇 주가 지나자 뚜봉이 행동이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아들이 움직이면 자연스럽게 뒤를 따라갔고, 딸이 방문을 열고 나오면 그쪽으로 고개부터 돌렸습니다.

아내가 주방으로 들어가면 뚜봉이도 슬그머니 일어났습니다. 냉장고 문이 열리는 소리나 그릇 소리가 들리면 주방 가까이 와서 기다렸습니다. 먹을 것이 나오는 시간과 사람을 어느 정도 연결해두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내가 밖에서 들어오는 시간에도 비슷했습니다. 현관 밖 인기척이 들리면 귀를 세우고 문 쪽을 바라봤습니다. 문이 열리면 누가 들어오는지 확인하듯 몇 걸음 다가왔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다 보면 제가 앞서 남겼던 "처음으로 꼬리를 흔들며 반겨준 날"도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그때부터 뚜봉이는 사람들의 발소리와 움직임까지 자기 방식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우리보다 집 안 시간을 더 잘 아는 것 같았습니다

뚜봉이가 가장 빨리 익힌 것은 저녁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식사가 끝나면 가족들이 거실에 모인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식탁 주변이 조용해지면 뚜봉이도 거실로 이동했습니다.

사람들이 웃으며 이야기하는 날에는 가까운 곳에 와 있었습니다. 반대로 모두 말이 없고 집 안이 조용하면 뚜봉이도 자기 자리에서 조용히 쉬었습니다.

밤이 조금 더 깊어지면 다시 자리를 옮겼습니다. 소파 옆이나 거실 한구석 가운데 그날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 몸을 둥글게 말았습니다. 아무도 어디에서 자라고 알려준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사람이 자주 다니지 않는 곳과 편히 누울 수 있는 자리를 잘 찾아냈습니다.

가끔은 우리가 움직이기 전에 뚜봉이가 먼저 움직일 때도 있었습니다. 가족들이 슬슬 잘 준비를 할 시간이 되면 몸을 일으켜 주변을 한번 둘러봤습니다. 그럴 때면 “얘가 우리보다 시간을 더 잘 아는 것 아니야?” 하며 웃곤 했습니다.

어느새 우리가 뚜봉이 생활에 맞추고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뚜봉이만 우리 집에 적응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뚜봉이가 있는 생활에 익숙해졌습니다.

예전에는 거실에 강아지가 돌아다니면 괜히 눈으로 따라갔는데, 나중에는 보이지 않을 때 더 신경이 쓰였습니다. 집 안이 너무 조용하면 “뚜봉이 어디 갔지?” 하고 먼저 찾았습니다.

딸도 더 이상 방문 앞을 막지 않았습니다. 지나가는 뚜봉이에게 자연스럽게 말을 걸었고, 아내는 물그릇을 한번씩 확인했습니다. 나 역시 소파 가까이 다가온 뚜봉이의 머리를 아무 생각 없이 쓰다듬게 됐습니다.

처음부터 강아지를 좋아했던 가족처럼 행동하는 우리 모습을 보면 가끔 웃음이 나왔습니다. 누가 누구에게 먼저 익숙해진 건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지금도 저녁이 되면 뚜봉이는 식탁 쪽 소리가 잦아드는 것을 기다렸다가 자기 자리로 움직입니다. 한쪽에 몸을 동그랗게 말고 누운 뒤에는 가족들 목소리가 들려도 눈만 살짝 뜰 뿐입니다. 한때는 이 집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눈치를 보던 강아지가 이제는 누구보다 편한 얼굴로 하루를 마칩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우리 집 분위기를 가장 먼저 익힌 것은 사람이 아니라 뚜봉이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우리가 뚜봉이를 익숙하게 받아들이게 된 것도 아마 그렇게 조용히 자기 자리를 찾아간 시간 덕분이었을 겁니다.

함께 보면 뚜봉이의 생활 흐름이 더 잘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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