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과 누나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구분하기 시작했다
토요일 오후가 되면 현관 쪽이 평소보다 조금 바빠졌습니다. 초인종이 울리고 문을 열면 아들이 먼저 들어왔고, 그 뒤로 뚜봉이가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뎠습니다. 처음 몇 번은 집 안으로 바로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현관 바닥 냄새를 한참 맡다가 거실 쪽을 바라보고, 누군가 움직이면 몸을 살짝 뒤로 뺐습니다.
그때만 해도 우리 가족에게 뚜봉이는 아들이 주말에 잠깐 데려오는 강아지였습니다. 함께 사는 가족이라는 생각은 누구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오늘 저녁에는 다시 가는 거지?”라는 말을 먼저 했습니다. 강아지가 싫어서라기보다 집 안 생활이 달라질까 봐 걱정했던 마음이 더 컸습니다.
뚜봉이는 낯선 집에 오면 거실 한가운데로 뛰어들지 않았습니다. 신발장 앞을 천천히 돌고, 문 가까운 곳에 앉아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봤습니다. 아들이 이름을 부르면 꼬리를 조금 흔들었지만, 다른 가족이 부르면 바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딸은 처음에 뚜봉이가 가까이 오는 것을 부담스러워했습니다. 소파 위에 다리를 올리고 앉아 뚜봉이의 움직임을 지켜봤습니다. 아내도 물그릇을 내주면서 “집 안 여기저기 다니게 해도 괜찮을까” 하고 걱정했습니다. 나 역시 털이나 냄새부터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뚜봉이는 우리가 걱정했던 것처럼 부산스럽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거실에 앉아 있으면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앞발을 모으고 앉았습니다. 가까이 오라고 손짓하면 몇 걸음 다가왔다가 다시 멈췄습니다. 사람에게 억지로 안기려 하지 않고, 기다리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아들은 다음 주에도 뚜봉이를 데리고 왔습니다. 그다음 주에도 비슷했습니다. 초인종이 울리고, 현관문이 열리고, 작은 발톱이 바닥에 닿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반복되는 주말이 쌓이면서 뚜봉이도 집 안을 조금씩 익혀 갔습니다.
처음에는 현관 앞에만 머물던 뚜봉이가 어느 날부터 거실 창가까지 걸어갔습니다. 햇빛이 들어오는 자리에 잠시 앉아 밖을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점심때가 되면 식탁 가까이 오지 않고 소파 옆에 몸을 말고 기다렸습니다. 먹고 싶은 것이 있는지 사람 손을 눈으로 따라가다가도 이름을 부르면 조용히 고개를 들었습니다.
산책줄을 꺼낼 때만큼은 달랐습니다. 금속 고리가 부딪히는 소리가 나면 현관 앞으로 먼저 달려가 빙글빙글 돌았습니다. 밖에서는 몇 걸음마다 멈춰 냄새를 맡았고, 집으로 돌아오면 물을 마신 뒤 소파 옆에 길게 누웠습니다. 그 모습이 토요일마다 반복되자 우리도 조금씩 익숙해졌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앞서 남겼던 "우리 가족이 처음에는 뚜봉이를 반대했던 이유"에서도 비슷하게 느꼈던 부분입니다.
어느 토요일에는 아들이 혼자 집에 왔습니다. 현관문이 닫힌 뒤에도 모두가 아들 뒤를 한번 더 바라봤습니다. 아내가 먼저 “뚜봉이는 안 왔어?” 하고 물었습니다. 예전에는 오늘만 있다 가는 것인지 확인하던 사람이 이제는 오지 않은 이유를 궁금해하고 있었습니다.
딸도 “간식 남겨 뒀는데”라고 말했습니다. 나 역시 거실을 둘러보다가 괜히 허전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늘 소파 옆에 있던 작은 몸이 보이지 않으니 집 안이 평소보다 조용했습니다. 특별히 큰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날은 뚜봉이가 이미 우리 생활 안으로 들어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다음 주에 뚜봉이가 다시 왔을 때는 가족들의 반응부터 달라졌습니다. 아내는 먼저 물그릇을 채웠고, 딸은 손에 간식을 들고 이름을 불렀습니다. 나는 현관 앞에 쪼그려 앉아 뚜봉이가 들어오기를 기다렸습니다. 뚜봉이는 잠깐 집 안을 둘러본 뒤 익숙한 길처럼 거실로 걸어왔습니다.
처음에는 아들이 데리고 온 강아지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주말 동안 잠깐 머물다 돌아가는 손님과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자 그런 구분은 자연스럽게 사라졌습니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뚜봉이가 있는 날에는 현관 안쪽에서 작은 발소리가 들렸습니다. 문이 열리면 고개를 들고 바라보다가 꼬리를 흔들며 다가왔습니다. 소파에 앉으면 옆에 몸을 붙였고, 가족들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는 가까운 방석에 턱을 올리고 누워 있었습니다.
누군가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데 꼭 큰 사건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토요일마다 들리던 초인종 소리, 산책을 기다리던 모습, 밥을 먹는 동안 조용히 앉아 있던 시간이 조금씩 마음을 바꿨습니다. 우리 가족이 뚜봉이를 받아들인 순간도 정확히 언제였는지 말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어느 주말부터인가 아들이 혼자 오면 뚜봉이부터 찾았고, 현관에 작은 발소리가 들리면 모두가 자연스럽게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날 저녁에도 뚜봉이는 소파 옆에 몸을 둥글게 말고 잠들었습니다. 가족들은 각자 할 일을 하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 자리를 낯설게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함께 보면 뚜봉이의 생활 흐름이 더 잘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