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만 알아듣는 뚜봉이의 표정

거실에서 뚜봉이와 눈이 마주칠 때가 있습니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가만히 저를 보고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 요즘은 저도 하던 일을 멈추고 얼굴부터 봅니다.

“왜 그러고 쳐다봐?”

말을 걸어도 대답이 돌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함께 산 시간이 길어지니 같은 얼굴도 조금씩 다르게 보입니다. 뭔가 기다리는 것 같은 날이 있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날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눈을 마주치는 것도 어색했습니다

아들이 주말마다 뚜봉이를 데려오기 시작했을 때는 지금과 많이 달랐습니다. 딸은 자기 방으로 오지 못하게 방문 앞에 박스를 놓았습니다. 저 역시 집 안에 강아지가 돌아다니는 것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뚜봉이도 우리에게 가까이 붙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거실에 있어도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가족들을 바라봤습니다. 먹을 것이 보여도 바로 다가오기보다 사람 얼굴부터 살피는 때가 많았습니다.

그때는 그 얼굴을 봐도 무슨 뜻인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낯선 집에 와 있으니 저러나 보다 했습니다.

한 주가 지나고 다음 주말에 다시 뚜봉이가 왔습니다. 그렇게 같은 얼굴을 계속 보다 보니 저도 모르게 뚜봉이 표정을 보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말없이 바라보는 얼굴도 조금씩 달랐습니다

뚜봉이가 우리 집에 익숙해진 뒤에도 사람을 바라보는 습관은 남아 있었습니다. 다만 예전처럼 멀리 떨어져 눈치만 보는 모습과는 달랐습니다.

가족이 움직이면 눈으로 따라보기도 했습니다. 자기가 원하는 것이 있는 것 같을 때는 한 사람을 오래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면 가족 중 누군가가 먼저 뚜봉이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뭐 필요한 거 있어?”

물론 우리가 뚜봉이 생각을 정확하게 알아맞힌다는 뜻은 아닙니다. 가족끼리도 서로 다르게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저는 이것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오래 함께 지내니 작은 차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그냥 ‘뚜봉이가 쳐다본다’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그다음 행동까지 잠시 기다려보게 됐습니다.

짧게 짖고 난 뒤의 얼굴도 기억납니다

뚜봉이가 자기 마음을 조금 더 분명하게 내놓기 시작하면서 표정도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으면 우리 쪽을 보고 짧게 짖을 때가 생겼습니다.

처음 그 소리를 들었을 때 저는 현관 쪽부터 살폈습니다.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뚜봉이는 현관이 아니라 저를 보고 있었습니다.

짖은 뒤에도 바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알아주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한동안 얼굴을 바라봤습니다. 작은 몸으로 그렇게 버티고 있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날 때도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원하는 것이 있어도 말없이 기다리던 녀석이었습니다. 이제는 소리도 내고 얼굴도 보여줍니다. 우리 가족 앞에서는 자기 마음을 감출 필요가 없어졌나 싶기도 했습니다.

이런 변화를 생각하면 전에 적었던 “기저귀 위에서 볼일을 보기까지 걸린 시간”도 떠오릅니다. 그때도 뚜봉이만 우리 집 생활을 익힌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도 뚜봉이의 행동을 하나씩 알아가고 있었습니다.

우리도 뚜봉이 얼굴을 보는 사람이 됐습니다

가끔 방문 앞에 놓였던 박스가 생각납니다. 뚜봉이가 방 쪽으로 오는 것조차 싫어서 길을 막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거실에서 뚜봉이 소리가 나면 가족이 먼저 고개를 돌립니다. 조용히 앉아 있어도 얼굴을 한번 봅니다. 모습이 안 보이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기도 합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예전에는 강아지 표정을 들여다볼 일이 생길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뚜봉이가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저도 한동안 마주 봅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알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잘못 짐작해서 가족끼리 웃을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끼리는 그 눈빛을 보고 한마디씩 건넵니다.

오늘도 거실 한쪽에서 작은 소리가 나서 돌아봤습니다. 뚜봉이가 고개를 들고 제 쪽을 보고 있었습니다. 제가 “왜?” 하고 물으니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그대로 바라봤습니다. 저도 더 묻지 않고 잠시 그 얼굴을 바라봤습니다.

함께 보면 뚜봉이의 생활 흐름이 더 잘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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