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과 누나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구분하기 시작했다
겨울밤에는 집 안 소리도 조금 작아지는 것 같다. 밖에서는 바람이 창문을 스치고, 방 안에는 난방이 돌아가는 낮은 소리만 남는다. 그런 밤이면 뚜봉이는 꼭 한 번쯤 주변을 천천히 돈다. 바로 눕지 않고 이불 근처를 맴돌다가 코끝으로 이불자락을 살짝 밀어 올린다.
처음에는 그 모습이 우스웠다. 말은 못 하지만 꼭 “나도 들어가도 돼?” 하고 묻는 것 같았다. 내가 이불을 조금 들어주면 뚜봉이는 망설이다가 몸을 밀어 넣고, 금세 동그랗게 몸을 말았다. 그러고는 작은 한숨을 푹 쉰다.
뚜봉이가 처음부터 이불 속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다. 어릴 때는 방 안에서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바빴다. 장난감 소리만 나도 고개를 들고, 가족이 자리에서 일어나면 따라오느라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런데 겨울이 깊어지면 조금 달라졌다. 차가운 바닥을 몇 걸음 걷다가 다시 침대 옆으로 오고, 이불 끝을 가만히 바라봤다. 내가 모른 척하고 있으면 코로 툭 건드렸다. 그 작은 행동이 어느새 우리 집 겨울 신호처럼 되었다.
“뚜봉이 또 들어가려고 하네.”
가족이 그렇게 말하면 다들 웃었다. 하지만 누구도 내보내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불을 살짝 들어주거나 등을 한 번 쓰다듬어 주었다.
처음에는 뚜봉이가 단순히 추워서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줄 알았다. 그런데 오래 지켜보니 꼭 그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거실에 따뜻한 방석이 있어도, 가족이 모여 있는 곳을 더 좋아했다.
밥을 먹고 나서도 혼자 멀리 가지 않고 발밑에 앉아 있을 때가 많았다. 간식 봉지 소리가 나면 누구보다 빨리 달려오지만, 간식을 먹고 난 뒤에는 다시 사람 곁으로 와서 자리를 잡았다.
뚜봉이는 말로 표현하지 않는다. 그래도 행동을 보면 알 것 같은 날이 있다. 따뜻한 곳도 좋지만, 그보다 가족과 가까이 있는 자리가 더 편한 것 같았다.
겨울 산책은 여름 산책과 분위기가 다르다. 골목길은 금방 어두워지고, 바람은 목덜미를 차갑게 스친다. 예전에는 뚜봉이가 앞장서서 걸었는데, 요즘은 중간중간 멈춰서 냄새를 맡는 시간이 길어졌다.
집에 돌아오면 발을 닦고 물을 마신 뒤 한동안 조용해진다. 그러다 가족들이 자리를 잡으면 뚜봉이도 슬그머니 가까이 온다. 창가에 앉아 밖을 보다가도 밤이 깊어지면 결국 이불 쪽으로 향한다.
이 부분은 제가 앞서 남겼던 “나이가 들수록 잠자는 시간이 길어진 뚜봉이”에서도 비슷하게 느꼈던 부분입니다.
예전에는 이런 모습을 그냥 겨울마다 반복되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오히려 이런 장면들이 더 오래 남는다. 이불을 살짝 들어주면 망설임 없이 들어오던 모습, 몸을 붙이고 금방 눈을 감던 얼굴, 새벽에 깨 보면 다리 쪽으로 조금씩 밀려와 있던 작은 온기까지 말이다.
나도 나이가 들면서 그런 평범한 장면을 더 자주 붙잡게 된다. 예전에는 바쁘게 사는 일이 먼저였고, 하루를 빨리 넘기는 것이 익숙했다. 그런데 뚜봉이가 조용히 곁에 누워 있는 밤에는 괜히 시간이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겨울이 오면 눈 내린 풍경보다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있다. 조용한 방 안, 이불 끝을 코로 살짝 미는 뚜봉이의 모습이다. 아주 작은 행동인데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시 생각난다.
오늘 밤도 뚜봉이는 한참을 맴돌다가 이불 속으로 들어왔다. 방 안은 어둡고, 창밖에서는 바람 소리가 작게 들렸다. 뚜봉이는 내 발 옆에 몸을 말고 누워 있다가 이내 조용히 잠들었다.
나는 불을 끄기 전에 잠깐 그 숨소리를 들었다. 예전처럼 하루 종일 뛰어다니는 시간은 줄었지만, 이렇게 곁으로 다가오는 마음은 여전히 그대로인 것 같았다. 겨울밤은 차가웠지만 이불 안쪽에는 뚜봉이가 남긴 작은 온기가 오래 머물렀다.
함께 보면 뚜봉이의 생활 흐름이 더 잘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