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먹는 날이면 늘 같은 자리에 앉는다

삼겹살을 먹으려고 준비하다 보면 식탁 주변이 조금 분주해집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래를 내려다보니 뚜봉이는 벌써 자기 자리에 와 있었습니다. 누가 부른 것도 아니었습니다.

고기 냄새를 맡고 찾아온 것 같았습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그다음이었습니다. 뚜봉이는 이리저리 돌아다니지 않고 평소 앉던 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몇 번 같은 모습을 보다 보니 저도 그 자리를 기억하게 됐습니다.

냄새를 따라와 자리를 잡았습니다

삼겹살 먹는 날이라고 뚜봉이에게 알려준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고기 냄새가 집 안에 퍼지면 어디에 있었는지 어느새 가까이 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냄새를 맡고 달려오는 모습만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같은 장면을 여러 번 보다 보니 한 가지가 더 보였습니다. 뚜봉이가 앉는 곳이 거의 정해져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곳에 앉으면 뚜봉이 얼굴도 자연스럽게 보였습니다. 우리가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가만히 위를 올려다봤습니다. 몸은 자리에 있는데 눈은 사람들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도 삼겹살을 준비하다 말고 한 번씩 아래를 내려다봤습니다. 조금 전까지 없었던 뚜봉이가 자리를 잡고 있으면 괜히 웃음이 났습니다.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와는 달랐습니다

아들이 뚜봉이를 주말마다 데려오기 시작했던 때를 생각하면 이런 모습이 더 낯설게 느껴집니다. 그때 저는 집 안에 강아지가 있는 것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딸도 자기 방 쪽으로 오지 못하게 박스를 놓아두었습니다.

뚜봉이 역시 지금처럼 자연스럽게 자리를 차지하지 않았습니다. 먹을 것이 보여도 조금 떨어져 사람들을 살피는 모습이 더 많았습니다.

한 번 왔다가 돌아가고, 다음 주말에 다시 왔습니다. 그런 시간이 반복되면서 우리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뚜봉이가 어디에 있는지 살피게 됐고, 무엇을 보고 있는지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삼겹살 냄새를 맡고 달려와 익숙한 곳에 앉아 있는 모습이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강아지가 가까이 오는 것이 신경 쓰였는데 이제는 그 자리가 비어 있으면 오히려 한 번쯤 쳐다보게 됩니다.

말로 정하지 않았는데 뚜봉이 자리가 됐습니다

누가 바닥을 가리키며 여기에 앉으라고 정해준 것은 아니었습니다. 뚜봉이가 몇 번 그곳에 앉았고, 또 다음에도 같은 곳으로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족에게도 자연스럽게 뚜봉이가 앉는 자리처럼 기억됐습니다.

사람들은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합니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먹는 데 정신이 팔릴 때도 있습니다. 그 사이 뚜봉이는 아래쪽에서 자기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가끔 눈이 마주치면 저는 뚜봉이 얼굴을 잠깐 봅니다. 고기 냄새 때문에 온 것은 알겠는데 그다음부터는 저 혼자 여러 생각을 하게 됩니다. 뚜봉이가 정확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전에 적었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짖기 시작한 이유”에서도 뚜봉이가 가족 앞에서 자기 마음을 드러내는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삼겹살 먹는 날의 뚜봉이는 짖지 않아도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 꽤 잘 보입니다.

식사 풍경에 작은 자리 하나가 생겼습니다

삼겹살을 먹는다고 해서 매번 특별한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고기를 준비하고 가족이 자리에 앉습니다. 뚜봉이도 냄새를 맡고 찾아와 늘 앉던 곳에 앉습니다.

글로 적어보면 정말 짧은 장면입니다. 하지만 같이 사는 시간은 이런 장면으로 채워지는 것 같습니다. 같은 일이 몇 번 반복되면 그것도 어느새 우리 집의 익숙한 모습이 됩니다.

저에게는 그 변화가 조금 재미있습니다. 처음에는 뚜봉이가 집 안에 있는 것조차 불편했는데 지금은 삼겹살 먹던 날을 떠올리면 식탁만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 아래쪽에 앉아 있던 작은 모습까지 함께 떠오릅니다.

식사가 시작되고 한참 뒤 다시 아래를 내려다봤습니다. 뚜봉이는 처음 찾아왔을 때 앉았던 바로 그곳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저는 잠깐 눈을 마주친 뒤 다시 식탁 쪽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함께 보면 뚜봉이의 생활 흐름이 더 잘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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