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들지 않으면 짖기 시작한 이유
밥그릇을 내려놓았는데도 뚜봉이가 바로 움직이지 않던 때가 있었습니다. 먹을 것이 눈앞에 있으니 곧장 다가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뚜봉이는 밥그릇보다 식탁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먼저 바라봤습니다.
아내 쪽을 한번 보고, 다시 저를 바라봤습니다. 누가 자기 이름을 부르는지도 살피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고 나서야 천천히 밥그릇 가까이로 움직였습니다.
그때는 그 모습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같이 지낸 시간이 길어진 뒤에야 그 장면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뚜봉이가 아들을 따라 우리 집에 오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모두가 어색했습니다. 저부터 강아지를 좋아하던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딸은 자기 방 쪽으로 오지 못하게 박스를 놓아두기도 했습니다.
뚜봉이도 그 분위기 속에서 조심스럽게 움직였습니다. 거실 가운데로 성큼성큼 다니지 않았습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밥을 줄 때도 비슷했습니다. 냄새를 맡으면서도 바로 얼굴을 파묻고 먹지 않았습니다. 가까이 왔다가 멈추고, 사람 얼굴을 한번 확인했습니다.
저는 속으로 먹고 싶으면 그냥 먹으면 될 텐데 왜 저럴까 싶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뚜봉이도 낯선 집에서 자기 자리를 알아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들이 뚜봉이를 데려오는 주말이 반복됐습니다. 어느 날은 소파 가까이에 앉았고, 또 어느 날은 식탁 아래까지 들어왔습니다.
가족들 행동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딸이 이름을 불렀고, 아내는 물을 챙겼습니다. 저도 가까이 온 뚜봉이 머리를 자연스럽게 한번씩 만졌습니다.
예전 같으면 굳이 신경 쓰지 않았을 행동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밥을 먹는지, 어디에 누워 있는지 자꾸 눈에 들어왔습니다.
뚜봉이도 사람을 보는 눈빛이 처음과 달라졌습니다. 겁이 나서 멀리서 살피는 느낌보다 자기를 불러주는 사람이 있는지 기다리는 모습에 가까워졌습니다.
저녁이 되면 가족들이 식탁 주변에 모였습니다. 뚜봉이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냄새를 맡다가 슬그머니 가까이 왔습니다.
먹을 것이 준비되어 있어도 잠깐 기다렸습니다. 가족 중 누가 움직이면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제가 이름을 부르면 밥그릇에서 눈을 떼고 저를 쳐다보기도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다 보면 먹는 것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뚜봉이가 음식만 보고 있지는 않았다는 것은 분명했습니다. 이 집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과 움직임을 함께 보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밥때마다 뚜봉이를 한번씩 내려다보게 됐습니다. 눈이 마주치면 괜히 한마디를 했습니다.
“왜, 밥 안 먹고 사람만 쳐다보냐.”
그러면 뚜봉이는 잠시 저를 바라보다가 다시 밥그릇 쪽으로 움직였습니다. 별것 아닌 장면인데 그런 순간들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전에 적었던 “기저귀 위에서 볼일을 보기까지 걸린 시간” 이야기도 생각납니다. 뚜봉이는 우리 집에서 무언가를 익힐 때 늘 사람들의 반응을 함께 살피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뚜봉이가 우리 집에 오면 모두 조금씩 긴장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 더 신경이 쓰였습니다.
“뚜봉이 어디 갔어?”
이런 말을 가족들이 자연스럽게 하게 됐습니다. 방 앞을 막았던 박스도 사라졌습니다. 뚜봉이도 사람들 사이를 전보다 편하게 오갔습니다.
누가 먼저 마음을 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뚜봉이가 사람에게 먼저 다가온 날도 있었고, 우리가 먼저 이름을 불러준 날도 있었습니다. 그런 시간이 계속 쌓였습니다.
요즘도 밥때가 되면 뚜봉이가 가족 쪽을 바라볼 때가 있습니다. 예전처럼 낯선 사람을 살피는 얼굴은 아닙니다. 자기가 아는 사람, 기다리던 사람을 확인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밥그릇이 앞에 있는데도 잠깐 고개를 들어 가족 얼굴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면 옛날 생각이 납니다. 아무 말 없이 조금 떨어져 있던 작은 강아지가 이제는 식탁 주변의 익숙한 가족들을 차례로 바라봅니다. 그러다 마음이 놓였다는 듯 고개를 숙여 자기 밥을 먹기 시작합니다.
함께 보면 뚜봉이의 생활 흐름이 더 잘 보입니다.